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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 리뷰

by minju1017 2023. 1. 14.

영화 정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는 키키라는 마녀가 “어른” 마녀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마을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 마을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키키의 묘사

  작품 속 세계관에서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고양이를 키우는 중세 유럽의 마녀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과자집에서 아이들을 잡아먹거나 저주를 퍼붓는 어마무시한 이미지가 아닌 모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마녀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신이 지낼 마을 하나를 골라서 약을 만들거나 점을 봐주는 등 마을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기술자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은 마녀 ‘배달부’ 키키이다. 그 대단한 마녀가 왜 배달부를 하고 있는 걸까?
  먼저 우리의 주인공 ‘키키’의 모습을 살펴보자. 아직 어리고 미숙한 마녀라서 당연히 여러 가지 모습들이 어설프지만 마녀의 가장 기본 스킬인 비행마저 어딘가 어설프다. 고향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엄마와는 다르게 많은 것이 미숙하다. 그리고 아빠의 라디오를 들으면서 바깥의 세상을 동경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간단하게 말하면 키키는 마녀 세계의 새로운 세대인 것이다.

종교

  이 작품에서의 마녀는 꽤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약사, 상담가, 선지자 등을 맡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마녀는 하나의 종교를 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키키는 종교계에 나타난 새로운 세대의 종교인인 것이다. 키키는 늘 바다가 보이는 큰 도시에 머물기를 원했고 결국 도착했다. 복잡한 항구, 커다란 시계탑과 하늘엔 비행선도 날아다니고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북적이는 복잡한 곳, 고향마을과는 다르게 과학기술이 잔뜩 있는 도시의 사람들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낯설다. 이제 막 수습 마녀를 벗어나기 위해 전통에 따라 집을 나선 키키가 처음 맞닥뜨린 것은 마녀가 필요 없는 세상이었다.
  키키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 처음에는 좌절하고 혼란스러워 하지만 친절한 빵집 주인 오소노 씨를 만나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배달을 시작하면서 이 마을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는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여러 가지 능력으로 마을을 지켜주던 마녀가 배달일을 한다는 건 너무 초라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키키는 어떤 배달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단순히 물건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전달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키키가 살아온 시골 고향과는 다르게 삭막해져 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존재, 단순히 키키가 빗자루를 타서 “마녀 배달부” 키키가 아니라 마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기 때문에 “마녀 배달부”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 키키가 새로운 시대에 찾아낸 마녀의 “종교”의 역할인 것이다. 과거 종교는 세상을 지배하는 규칙이고 지도자가 나라를 통치하는 수단이면서 가치관의 기준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인간 중심의 이성과 논리의 체계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종교의 자리는 점차 좁아져만 갔다.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법과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개인주의, 도시화로 잃어버린 공동체의 집결을 종교적 가치관 아래에서 이뤄내기도 한다. 종교는 계속해서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병을 치료하거나 미래를 계획하는 역할은 과학을 필두로 한 다양한 학문에게 내어주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엮는 곳에서는 여전히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키키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위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 중반부에 키키는 갑자기 나는 법을 잊어버린다. 고양이 ‘지지’랑도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마법의 힘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큰 좌절에 빠지게 된다. 이때 숲 속 오두막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우르술라에게 조언을 구한다. 영화 속 대사이다:

  우르슬라 : 마법이나 그림이나 비슷하네. 나도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종종 있어.
  키키 : 정말? 그럴 땐 어떻게 하는데? 예전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서 날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
  우르술라 : 그럴 때는 버둥거릴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리고, 그려대는 거야.
  키키 : 그래도 여전히 날지 못하면?
  우르술라 : 그리는 걸 관두지.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안 해. 그러는 도중 갑자기 그리고 싶어지는 거야.
  
  우르슬라의 조언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키키라는 소녀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슬럼프를 겪는 성장기의 마녀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쿨하고 인생 선배 언니의 조언 덕분에 키키는 심적인 안정을 조금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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